KCM 이영제 목사, 온 가족이 함께 읽는 개념 ‘가족성경’ 20여년 걸쳐 번역 출판

▲ ‘가족성경’ 번역 및 편집인 이영제 목사(KCM 대표가 가족성경을 펼쳐 보이고 있다. 2018. 11.22. / 기독교보 © 기독교보 이국희 기자
▲ ‘가족성경’ 번역 및 편집인 이영제 목사(KCM 대표가 가족성경을 펼쳐 보이고 있다. 2018. 11.22. / 기독교보 © 기독교보 이국희 기자

■ “종결어미, 성경 번역에서 중요해요”


“성경 원문에 없는 문제가 우리말의 ‘격’과 ‘종결어미’예요. 성경 원문에 없는 것을 우리 글, 문화에 맞게 번역자가 선택하는 것이 성경 번역에서 중요한 과정입니다.”


최근 ‘가족성경’(번역 및 편집/이영제/KCM/1281쪽/15만원)을 번역 출판한 한국컴퓨터선교회(KCM) 대표 이영제 목사(주앙교회 담임)는 “성경이 갖는 느낌, 어감은 종결어미에서 온다. 그것은 성경 원문과 무관하다. 성경의 뜻에는 상관이 없지만 잘못 쓰면 어색한 느낌을 받는다.”며 “‘가족성경’에서는 그것을 아주 기묘하게 포함시켰다.”고 설명한다.


이 목사에 따르면 성경에서 대표적인 종결어미가 “구원을 얻으리라”라는 말씀에서처럼 ‘리라’이다. 이 목사는 이것을 ‘리라’ 용법이라고 부른다. 이에 대해 가족성경에서는 하나님과 예수님의 말씀, 선지자가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일부에서 그 어법을 적절하게 사용했다고 한다. 신적인 권위를 그 말씀에서 주어지도록 한 것. 하나님은 우리와 다르게 말씀하시고 표현하실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민감한 단어는 토론을 거쳐 허용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넣었다.


“구세대와 새로운 세대의 언어적 절충도 다 버리지 않고 성경이 기존에 갖고 있는 좋은 어법은 고어이지만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지금 어법에 맞지 않는 것은 과감하게 버림으로 이것을 가족성경에 적절하고 기묘하게 사용했어요. 구세대와 신세대 모두가 종결어미를 수용할 수 있도록 부담 없게 잘 썼어요.”


■패밀리 바이블에서 가져온 ‘가족성경’ 이름


온 가족이 함께 읽는 개념의 ‘가족성경’은 이영제 목사가 지난 20여 년 간 히브리어 헬라어 원문과 대조해가며 온 가족이 어려움 없이 함께 볼 수 있도록 번역한 성경이다. 가족성경은 이 목사 개인이 번역한 사역성경이라는 데 의미가 크다. 여러 사람이 나누어서 번역하는 공역의 경우 번역의 일관성이나 통일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하지만 가족성경은 한 사람이 번역했기 때문에 일관성과 통일성에서 뛰어난 강점이 있다.


이 목사가 처음부터 가족성경을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다. “제가 이렇게 만들어서 성경을 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만든 거예요. 성경의 단어가 적절하게 원문과 비교할 때 적절하게 번역되고 표현되었는지 성경원문으로 확인했어요. 그러다보니까 정확도를 기해서 옮겼어요. 가족성경이 출판되지 않았더라도 이 일을 계속 했을 거예요.”


진지훈 박사(제기동교회 담임목사)에 따르면 가족성경이라는 이름은 영국과 미국의 청교도들의 전통 가운데 가정마다 갖고 있던 커다란 ‘패밀리 바이블(Family Bible)’에서 빌려왔다. 대한민국 크리스천 가정에 부모와 자녀들이 둘러앉아 함께 성경을 읽는 청교도적 신앙의 부흥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다.


진 박사는 “청교도들은 저녁시간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성경을 읽고 아이들이 질문하면 부모들이 대답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이것을 위해서 커다란 성경이 집집마다 거실에 자리하고 있었다.”며 “가족성경은 가정을 신앙 형성과 경건생활의 진보에 중심으로 만들었다. 또 가족구성원들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하는 매개체가 됐으며, 가정의 한 문화의 축을 이루었다.”고 밝히고 있다.

▲ 가족성경 겉표지. (사진=KCM 제공)
▲ 가족성경 겉표지. (사진=KCM 제공)
■“원문 표현, 단문으로 만들었어요”


이 목사는 성경을 번역할 때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면서 빠르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 고민했다. 그 결과 번역에서 원문의 단어 하나하나를 대조해가며 문맥 속에서 이해를 위한 최선의 우리말 단어를 찾으려고 노력했고 가능한 이해하기 쉬운 단문 위주로 번역하기 위해서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아무리 번역문을 매끄럽게 만들어도 한 번 읽어서 단번에 문장의 구조를 파악하고 내용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두세 번 읽어야 문맥이 파악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단점을 이 목사는 편집으로 극복했다. 과감한 줄바꾸기와 여백, 아라비아 숫자 사용, 한눈에 문장의 구조와 문맥의 흐름이 보이도록 다양한 색상과 글꼴을 최대한 활용했다. 이에 가족성경은 성경을 읽으면 빠른 이해와 속독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는다.


“성경번역자는 일차로 원문에 충실해야 해요. 번역자와 주석자와 설교 해석자의 몫이 따로 있는데, 번역자가 본문 해석까지 하려하면 지나치죠. 더 좋은 말로 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해요. 때로는 뜻이 이해가 안 되어도 어느 선에서는 할 수가 없어요. 번역가가 원문을 변개하면서까지 독자를 이해시키려고 하는 것은 제 영역이 아니에요.”


이 목사는 원문에 있는 단어는 가능한 한 직역하려고 노력했고, 번역할 때 불필요한 우리말은 첨가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되도록 원문이 표현하려고 하는 것을 단문으로 맞추려고 한 게 가족성경의 특징이다.


어떻게 하면 성경 독자가 성경을 잘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을까? 이것은 이 목사가 KCM을 만든 뒤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생각이다. 도스용, 윈도우용 성경프로그램인 소프트바이블 Ⅰ,Ⅱ를 만든 것도 성경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의 역작 성경공부 교재용으로 만들어진 ‘바이블 웨이’(The Way of the Bible)(KCM/저자 및 편집인: 이영제 목사/560쪽/전체 색상/양장 제본/230×310/8만5000원)와 ‘바이블 웨이’ 부록인 ‘헤로도트스의 역사와 신구약 중간사’(KCM/이영제 지음/216쪽/전체 색상/양장 제본/230×310/3만5000원)도 그 질문 때문에 수집한 정보를 성경 독자들에게 풀어서 제공한 것이다. 이 목사는 성경을 읽는 독자들이 성경을 직접 읽게 하기 위해서 성경을 직접 번역해서 세상에 내놓는다. 이 목사는 성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도구를 활용해 편집했다. 가족성경의 편집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성경이 읽히고 내용이 쏙쏙 들어온다


가족성경(230×310cm)은 큰 판형을 채택했다. A4규격의 종이보다 폭이 1cm 더 넓은 판형이다. 읽기 좋은 충분한 크기의 활자와 여백을 고려했다. 휴대보다 성경 내용 이해의 중요성에 비중을 더 뒀다. 가족성경은 총천연색이다. 그래서 성경책이 두꺼워졌다. 얇고 이해하기 어려운 성경보다는 이해하기 쉬운 두꺼운 성경을 택했다. 지명과 인명은 별도의 색으로 표시했다. 모든 대화체는 따옴표(“”)로 묶었다. 아울러 그 말에 색을 입혀서 그 말을 한 사람의 이름과 같은 색을 띄게 했다. 가족성경은 총 1281쪽(구약 942쪽, 신약 339쪽)이다. 개역성경 기준 구약 아모스 7장에서 마치는 분량이다. 실제 다른 한글번역 성경보다 약 550쪽이 적다. 하지만 종이의 두께 때문에 두껍다.


“가족성경의 분량이 줄어든 이유는 판형이 크고 번역 상 단문을 주로 사용했기 때문이죠. 그 결과 한 쪽을 읽는 데 기존 성경과 비슷한 속도로 읽을 수 있어요. 특히 눈으로만 읽는다면 가독성이 뛰어나 그보다도 더 빨리 쉽게 읽을 수 있어요.”


이 목사는 “지금까지 성경을 통독하려면 보통 1년 1독을 말해왔다. 그런데 가족성경으로 읽게 되면 하루 평균 약 50~60쪽(약 1시간30분)을 읽으면 한 달 만에 한 번 읽을 수 있다. 단순히 통독의 속도나 횟수가 문제가 아니라 성경이 읽히고 재미있고 내용이 들어온다.”며 “가족성경을 구입하는 목회자라면 100독에 도전할 것을 권면한다. 이제 성경에서 하나님의 마음이 읽힐 것”이라고 강조한다.


▲ 가족성경 본문(창세기 37장). (사진=KCM 제공)
▲ 가족성경 본문(창세기 37장). (사진=KCM 제공)


■아라비아 숫자 사용, 원어단어사전 제공


가족성경은 글꼴을 다양하게 사용했다. 예를 들어 명조 글꼴을 사용하다가 명령문이 나오면 고딕 글꼴로 바꿔 표시했다. 한눈에 명령어 문장만 구분해서 알아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또 수(數)는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함으로써 가독성을 높였다. 끊어 읽으면 의미 파악이 좋은 곳에서는 과감하게 줄을 바꿨다. 성경에만 독특하게 나오는 명칭들(애굽, 바사, 가이사) 등의 말들은 학생들이 역사책에서 배우는 말(이집트, 페르시아, 카이사르) 등으로 통일해 학생들이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했다. 또 이해가 어려운 단어에는 작은 글씨, 괄호 등을 사용해 원어 단어를 직접 기록하고 설명도 달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원어단어는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다. 그 대표적인 단어가 아멘이다.


그 외에도 가족성경은 성경 각권을 한 눈에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마인드맵을 제공한다. 성경을 읽기 전에 성경의 전체 내용을 봄으로써 성경을 읽을 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게 한 것이다. 또 성경 말로 복잡하게 서술되어 있는 내용을 한눈에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도표로 정리했다. 오른쪽 난외에는 원어단어사전을 제공한다. 원어단어의 다양한 뜻을 알면 성경을 이해하는 폭이 훨씬 넓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단어들을 선별해서 소개하고 있다. 이 사전은 히브리어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유익하다고 한다.


이 목사는 “아래쪽에 성경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최소한의 주석들을 달았다.”며 “이 주석들은 특정 교단의 신학적인 성향들은 철저히 배제하고 성경을 역사와 문화 속에서 문자 그대로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모든 교단에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돼있다.”고 설명한다.


■ 12월 10일 ‘가족성경’ 출판감사예배 및 발표회


이제 기존에 나온 한글번역 성경과는 모양과 간결 면에서 전혀 다른 성경이 나온다. 이 목사 개인이 히브리어와 헬라어 원문에서 번역함에 따라 일관성과 통일성도 뛰어나다. 하지만 가족성경은 20여명 교정위원들의 교정에도 불구하고 번역자의 권위에 대한 도전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목사는 “성경을 성경으로서만 평가해 달라.”며 “번역자의 권위는 성경을 제대로 번역했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필리핀에 있는 선교사들이 가족성경에 나오는 욥기서를 읽었는데 깔깔 웃더라고요. 욥기서를 읽고 ‘이렇게 재미나는 성경은 처음 봤다’고 해요. ‘번역을 너무 잘했다’고요. ‘욥기서의 어감과 문학적 표현을 잘 살려냈다’고 말하더라고요.”


가족성경이 출판되면서 KCM은 12월 10일(월) 오전 11시~오후 3시 안성 사랑의교회 수양관에서 바이블 웨이 ‘가족성경’ 출판감사예배 및 발표회를 연다.


보기도 좋고 이해도 빠른 가족성경. “성경을 읽다가 눈을 떼지 못하고, 성경을 읽고 싶어서 잠이 안 오는 성경을 만들고 싶었다.”는 게 이 목사의 설명이다. 그 가족성경이 개인성경이라는 생각을 뛰어넘어 성경의 독자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더욱 친밀감 있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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