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준아, 올 해 부활을 기념하는 주일이 4월 1일인 거 알지? 부활절에 대해서 이미 잘 알고 있으니 더 이야기할 것이 없는데, 혹시 사순절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어? 사순절은 부활절 전 40일 동안을 말하는데 이 기간 동안 예수님의 고난을 생각하며 여러 가지 면에서 절제된 생활을 하기도 해. 아마 사순절 기간 중 고난주간에 교회 중고등부에서 미디어 금식을 해본 적도 있을 거야. 어머니 학창시절에는 이 기간에 한 끼 금식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음식보다 미디어가 생활의 중심이 되었는지 음식을 절제하는 금식보다 미디어 금식을 하고 미디어 금식이 음식 금식보다 더 힘들다고 하더라고. ㅎ


부활절을 중심으로 주일을 제외하고 그 앞 40일을 계산하면 수요일부터 사순절이 시작되는데, 사순절이 시작되는 첫 수요일을 무슨 날이라고 말하는지 아니? ‘재의 수요일’이라고 해. 올 해 재의 수요일은 2월 14일이었어. 일반적인 우리나라 달력에는 사순절 첫 날에 대한 안내가 없지만, 아마 영문으로 된 달력에 ‘Ash Wednesday’(재의 수요일)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본 적 있을 거야. 우리 교회에서 나누어준 달력에도 종려주일 고난주간 부활절에 대한 안내는 있지만 재의 수요일에 대한 안내는 없을 거야. 왜냐하면 재의 수요일을 기념하는 곳은 가톨릭과 개신교에서는 루터교나 성공회 등 일부이거든.


많은 개신교가 기념하지 않는 날에 대해 왜 이야기 하냐고? 재의 수요일이라고 말하는 이유, 이 날에 행해지는 의식이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겸손해질 수 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야.


사순절이 시작되는 수요일을 재의 수요일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 날에 재를 이마에 바르고(혹은 재로 이마에 십자가를 그리기도 하고) 그동안의 죄를 뉘우치는 시간을 갖기 때문이야. 왜 재를 바르냐면 인간의 불순종으로 말미암아 인간은 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을 기억하게 하고,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먼지 같은 존재라는 것, 그러나 그 보잘것없는 존재를 예수님을 보내시기까지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기억하게 하는 거지.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을 준비하는 것은 죄를 회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거야. 성경에도 하나님께 회개할 때 재를 뒤집어쓴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거 알고 있지? 같은 의미야.


비록 이마에 재를 바르지 않아도, 재의 수요일이 아니어도 네가 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이고, 하나님 앞에서는 쉽게 흩어져 없어져 버리는 먼지 같은 존재라는 것, 그러나 그런 존재인 너를 예수님의 생명을 주고 너를 구원할 만큼 사랑하시는 것을 늘 기억하고 겸손하게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하지만, 너의 존재와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해 좀 더 진지하고 깊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해.


밖에 나가서 흙을 한 번 만져볼래? 만약에 찾을 수 있다면 불에 완전히 타버린 나뭇가지를 손가락으로 비벼봐. 재라는 것이 얼마나 덧없이 없어지는지...


인준아,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네가, 다 타서 쉽사리 흩어져버리는 재 같은 네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하고 존귀한 존재인 것인 예수님이 너를 위해 죽으셨고 부활하셨기 때문이야. 네가 무엇을 가졌기 때문도 아니고, 무엇을 잘할 수 있기 때문도 아니야. 비록 재의 수요일은 지났지만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절 기간에 재 같은 너를 존귀한 보물로 여겨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생각하며 회개하며 절제하는 생활이 되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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