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3개 교회 연합, ‘꼽이청소년심야식당’ 운영으로 밥상 함께 다양 활동

▲ 2016년 12월 23일 꼽이청소년심야식당 자원봉사자들이 이곳을 찾은 학생들에게 배식하고 있다.
▲ 2016년 12월 23일 꼽이청소년심야식당 자원봉사자들이 이곳을 찾은 학생들에게 배식하고 있다.

▲ 낮밤마실 드루와
▲ 낮밤마실 드루와

▲낮밤마실 드루와
▲낮밤마실 드루와

▲ 세대 공감 프로그램
▲ 세대 공감 프로그램

▲제2회 꼽이청소년영화축제
▲제2회 꼽이청소년영화축제

▲ 청문콘
▲ 청문콘

매주 금요일 저녁 부천체육관 분수대에서는 청소년들을 위한 ‘꼽이청소년심야식당’(이하 꼽이식당·대표 오세향 사모)이 열립니다. 꼽이식당은 매주 지역의 청소년 120~150명이 찾을 만큼 주목받고 있습니다. 1주일에 한 번이지만 이곳은 청소년들이 맘껏 드나드는 놀이 문화공간으로, 이로 말미암아 청소년들이 꿈을 꾸고 마을공동체가 살아나는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성탄절을 이틀 앞둔 12월 23일(금) 오후 5시, 경기도 부천시 석천로 부천체육관 분수대에서는 지역교회 성도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천막을 치고 조리 기구를 갖추며 임시 식당을 만드느라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연말의 날씨는 겨울답게 매서웠습니다. 입춘이 지난 지금도 겨울의 차가움이 엄습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날의 추위가 어떠했는지 직감할 수 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자원봉사자들은 빠른 손놀림으로 천막을 치고 식탁과 의자를 정돈함으로써 임시식당을 만들었습니다. 여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교회 성도들의 청소년들을 향한 사랑은 더위와 추위가 막을 수 없습니다. 식당 바로 앞에는 ‘꼽이의 심야식당’이라고 쓰여 있는 밥 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밥 차 안 쪽 26.4㎡(8평) 정도 공간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습니다.


꼽이식당이 반듯하게 갖춰지면서 청소년들이 하나, 둘 찾아들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은 찾아오는 학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학생들은 기쁨으로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꼽이식당이 환경적으로 겨울의 추위를 완전히 막아주지는 못하지만 자원봉사자들과 청소년들에게 만남을 제공하고 서로에게 따스함을 가져다주는 아늑한 공간입니다.


이날 꼽이식당은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다른 날보다 자원봉사자들도 훨씬 늘어났고 음식도 풍성했습니다. 바로 한국기독교교육학회 회원들이 부천 지역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송년회를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회원들은 청소년들을 위해 성탄 음식과 선물을 준비하고 밥상을 차렸습니다. 또 기존 봉사자들과 배식에 함께하면서 청소년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2015년 3월 6일 문을 연 꼽이식당은 청소년들이 맘껏 드나들 수 있는 쉼의 공간입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하절기 연장 11시까지) 학교 밖, 거리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합니다. 평균 120~150여명의 청소년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단골만 해도 7,80명입니다. 5월에는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한 달 쉬었습니다. 꼽이식당은 매주 한번밖에 열리지 않지만 꼽이식당이 매개체가 돼 지역주민들과 지역의 청소년들이 함께하는 다양한 만남과 활동들이 펼쳐집니다.


식당 이름의 ‘꼽이’는 2013년 약대동에서 열린 ‘꼽사리영화제’의 캐릭터로, 공모로 선정됐습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약칭 PiFan)에 꼽사리를 낀 영화제입니다. 꼽이의 어감이 너무 예쁘고 생김새가 귀여워 마을주민들이 꼽이를 사랑해서 꼽이마을방송국, 꼽이식당 등이 태어났습니다. ‘심야식당’은 일본의 만화 ‘심야식당’에서 따온 것입니다. 일본의 만화 ‘심야식당’은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음식을 해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식당으로, 밥과 힐링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꼽이식당은 지방의 한 교회 모 집사(무명 복지가)가 씨앗자금을 댐으로써 첫걸음을 땠습니다. 오세향 사모가 대표로 섬기는 부천 새롬가정지원센터 은빛날개 어르신밥상공동체를 후원하던 모 집사가 2014년 7월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지역사회봉사를 넓히고 싶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오 사모가 청소년 사역이 어떻겠냐고 제안해 수락함으로써 꼽이식당의 첫 단추가 끼어졌습니다. 이에 같은 해 10월 주민간담회, 11월 자원봉사팀 구성, 12월 시범 운영과 홍보를 거쳐 교육청의 협조로 시설관리공단과 연결해 식당 공간으로 부천 실내체육관 분수대를 확보하고 이듬해 3월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무명의 복지가가 밥 차를 사는 등 꼽이식당 전반적인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아이들이 학교 아니면 갈 데가 없어요. 가봤자 어두컴컴한 공원이에요. 우리나라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모여 있는 것을 안 좋아해요. 아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일탈하면 주로 역으로 가요. 거기 가면 전국구가 돼버리죠. 가출하는 아이들 전부 역으로 가있어요. 지역사회에서 노는 아이들은 역으로 가는 게 로망이에요. 역으로 가면 돌아오기 힘들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맘껏 드나드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교회가 문을 열면 제일 좋지만 그게 안 돼서 꼽이식당을 하게 됐어요.”


꼽이식당의 대표 오세향 사모(54)는 “교육청과 시청의 지인들에게 이야기했더니 기다린 것처럼 반응하셔서 시작했어요. 교육청에서도 굉장히 반겼고요. 지역의 교회들이 많지만 연대가 잘 안 돼요. 교회가 한 번 해보자해서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3개의 교회가 만났어요”라며 꼽이식당의 시작배경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꼽이식당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나이까지 청소년들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을 섬기기 위해 2015년 3월 31일 부천시설관리공단, 부천교육지원청, 새롬가정지원센터, 덕유종합사회복지관 등 4개 기관과 MOU도 맺었습니다.


거리의 청소년들을 섬기기 위해 새롬교회(담임목사 이원돈), 약대감리교회(담임목사 송규의), 약대중앙교회(담임목사 이세광) 등 부천 약대동에 있는 3개 교회가 함께 꼽이식당을 만들어 섬기고 있습니다. 마을네트워크가 이뤄진 것입니다. 3개 교회가 번갈아 문을 엽니다. 한 달에 새롬교회가 두 번, 약대감리교회와 약대중앙교회가 각 한 번, 다섯 째주는 새롬교회와 약대감리교회가 맡고 있습니다. 세 교회 수십 명의 성도들이 장보기, 음식 만들기, 천막 설치, 배식 등으로 봉사합니다. 밥 봉사에는 꼽이식당 사무국과 약대중앙교회, 새롬은빛학교, 약대감리교회가, 배식 및 정리 봉사에는 부천교육지원청(매달 1회), 약대동 마을네트워크, 부천대 청년사회봉사단, 중학교 행정실장 봉사팀, 새롬은빛학교(설거지)가 함께합니다. 부천실내체육관은 공간과 전기와 물을 제공합니다.


세 교회는 꼽이식당이 전도기관이 아니라 봉사기관으로 마을에서 봉사함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자는 데 뜻을 같이 모았습니다. “여기에서 아이들을 교회로 데려가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오로지 아이들을 섬기기로 한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보다 다정다감하게 다가서기 위해 호칭도 교회 직분 대신에 ‘짱이모’ ‘귀요미’ ‘맥가이버’ ‘이쁜이모’ 등 애칭을 사용합니다. 오 사모는 ‘짱이모’로 통합니다.


꼽이식당 주변에는 학교가 많이 있습니다. 이에 주변 학교 교육 복지사 선생님들과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습니다. 꼽이식당은 청소년들의 가정형편에 관계없이 다 받습니다. 그 중에서 특별히 돌봐야할 아이들에 대해서는 학교 복지사 선생님이 이야기해줍니다. 꼽이식당은 처음에 청소년들과 밥으로만 소통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아이들이 ‘베드민트 채 없어요?’라고 말하면 베드민트 채 사다놓고 아이들이 하자는 대로 했어요. 그러면서 차츰 사역이 늘어났어요.” 오 대표의 말입니다.


꼽이식당의 가장 특징은 ‘꼽이청소년영화축제’입니다. 청소년들로부터 영화를 공모해서 시상도 하고, 영화제에 주민들을 초청합니다. 지난해 제2회 영화제에 300~400명이 참석했습니다. 제1회 주제는 ‘꼽냐?’ 2회는 ‘뭐?’였습니다. 내용은 다양합니다. 가출, 부모에 대한 생각, 청년 취업 문제 등 청소년이 주제입니다. 개소 6개월이 지나면서 상담 자원봉사자도 들어왔습니다. 누가 오든지 간에 꼽이식당에서는 밥을 퍼야합니다. 청소년들과 어울려야 일이 되니까요. 꼽이식당은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제 마음대로입니다. 마음에 들면 밥을 먹고 오기 싫으면 안 와도 된답니다.


처음에 청소년들에게 밥만 주던 꼽이식당이 청소년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많은 일들을 벌이고 있습니다. 꼽이식당은 첫해 개소 이후 34회 급식(총 3400여명)과 평화캠프, 1회 영화축제 등의 활동과 함께 방과후 청소년 돌봄, 참여형 ‘청소년 방송국’, 자치형 ‘3355’ 동아리, 교육형 SCHOOL OF 꿈‘, 오락형 ’힐링콘서트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지난해에는 활동의 폭이 더 커졌습니다. 매주 2회 낮밤마실 드루와, 매주 주말 ‘무한도적’(격투기 동아리), 매주 토요일 방송반 동아리 ‘청문콘’(청소년문화콘텐츠), 한 달 1~2회 세대 공감 프로그램이 동행했습니다. ‘낮밤마실 드루와’에서는 남자공감(화), 여자아이가(목), 개별 및 집단 상담, 소수 공작활동, 저녁식사, 영화 감상, 공동체놀이가 열렸습니다. 격투기 동아리 ‘무한도적’은 호신술 체험, 운동으로 서로 공감, 새로운 친구와 관계 맺기, 청소년 체력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청문콘은 미디어 관련 교육, 자신의 삶 스토리텔링, 문화콘텐츠 제작 및 연구, 마을영화 제작, 제2회 꼽이청소년영화축제 출품으로 활약했습니다. 세대 공감 프로그램으로 텃밭 가꾸기, 조손짝궁, 음악으로 하나 되기, 영화 상영, 토피어리·비누 만들기, 아이패드로 음악 만들기가 진행됐습니다. 이 프로그램들은 청소년들과 어르신들이 서로 소통하고 자신의 미래를 맘껏 꿀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또 경기도교육청의 지원으로 2016 ‘경기꿈의학교’(마중물, 꼽텔스)를 열었습니다. 마을협동조합 ‘떡방’에서 떡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을 개별로 만나니까 평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는데 심각한 게 너무 많은 거예요. 밥을 줄 때는 기뻤는데, ‘낮밤마실’ 하면서 꼽이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거예요. 아이들이 이 시대를 너무 힘들게 살아가요. 특히 여학생들은 위험한 일들도 있고요. 도울 게 너무 많아요. 이제 끝까지 남아서 천막 거두는 것을 도와주는 아이들도 있어요. 주체의식을 갖는 아이들도 생기고요.”


오 사모를 비롯해 꼽이식당에 함께하는 봉사자들은 개별 상담이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의 삶에 다가갑니다. 은빛날개 어르신 밥상공동체의 어르신들이 토요일 새벽에 설거지를 해줍니다. 수혜자가 봉사자로 나섰습니다. 청소년들도 처음에는 해주는 밥만 먹었지만 이제는 봉사자로도 함께합니다. 세대 공감 프로그램을 통해서 어르신, 청소년 할 것 없이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소통하고 있습니다. 오 사모는 동네 주민들을 마을의 대안 가족,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 예수 가족으로 보고 있습니다.

동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청소년들을 만나면 “야! 안 꺼”라고 말하면서 아는 척 하는 게 너무 좋다고 하네요. 꼽이식당을 통해 서로 아는 척 하는 관계를 마을에서 이뤄가고 있습니다. 꼽이식당은 무료로 밥을 먹는 공간의 개념을 뛰어넘어 청소년들이 맘껏 드나들 수 있는 따스한 보금자리가 되며 청소년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줌으로써 가정으로 돌아가게 하는 회복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른들과 청소년들을 서로 만나게 하고 소통함으로써 마을공동체를 이뤄가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고신뉴스 KN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