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으로서 정치적 입장 표명과 정치의식 높이는 설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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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2020년 1월 17일(금)
장 소: 관악교회
대담자: 유해신 목사(관악교회) 구본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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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회기 고신총회가 ‘교회다운 교회 칭송받는 교회’라는 표제로 한 회기동안 대사회적인 교회의 선한 영향력 회복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본보는 총회가 지향하는 표제를 고신교회 차원에서의 확산시켜 교회의 본질에 접근한다는 목적으로 신년대담을 준비했습니다. 네 번째 ‘교회와 정치’주제로 신년특집 마지막 대담을 나눠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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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철 편집국장: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의 초대 사무처장(리더 간사)으로 10년 넘게 섬겨오셨고, 미국 칼빈신학교에서 공부하신 후에는 한국에 돌아와 고신총회 관악교회를 섬기고 계신데, 기독교 시민운동과 목회현장에서 교회와 정치에 대해 말씀하시기에 가장 적당한 포지션에 계신 것 같습니다. 오랜 만에 독자들께 말씀하시는데 먼저 간단한 소회로 대담을 시작해 주시지요.

유해신 목사: 사실 기독시민운동도 끝까지 하지 못했고, 목회도 이제 10년을 갓 넘긴 부족한 목사입니다. 시민운동 할 때도, 목회를 하면서도 저는 개혁장로교 신학전통에 서있는 교회에 속해있다는 것을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고신에서 어릴 때부터 자랐고, 지금 고신에 속해있다는 것이 또한 감사합니다. 장로교 특히 고신에 속한 성도요 목사임을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여전히 제 관심은 사회전체를 변화시키는 일에 있지만, 그보다는 그 모든 사회적 변화가 한 명 한 명에게 어떤 삶의 변화, 또 참 행복을 주는 가에 있습니다. 그것은 정치가 하는 게 아니라, 참된 행복은 교회 성도들이 복음으로 바로 설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구 국장: 현재도 기윤실 이사로 섬기고 기윤실 진성 멤버라 할 수 있으신데, 작금의 시대적 상황은 녹록치 않습니다. 현 시국을 보시면서 느끼시는 점이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현 정부와 여당이 야당을 대화와 국정 파트너가 아니라 적폐세력으로 간주해 패싱하는 것과 종북이니 친일이니 올가미를 씌우려는 수준 이하의 정국이 반목과 대립으로 치닫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이를 보는 기독교계의 입장도 상반된 것으로 봅니다. 이렇게 기독교인이면서 다른 정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 시국을 기독교의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유 목사: 정치라 할 때 두 가지 면이 있지 않습니까? 하나는 정치문화(정치과정), 또 하나는 정치내용이 있습니다. 정치가 성장할 때는 두 가지가 다 성장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정치문화, 정치과정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대표적인 게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반인들도 쓸 수 없는 품격 없는 언어를 쓰고 있는 그런 정치문화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 ‘대안적 진리’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대안적 진리’라 함으로써 ‘아, 대안적 진리가 있구나’라는 느낌을 주는데, 사실은 거짓말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 정치문화, 정치과정이 쭉 성장세에 있었지 않습니까? 문민정부 이후 합리적인 토론이 잘 이뤄져 왔으나, 최근 들어 원색적인 비난, 레벨붙이기라 하죠? 빨갱이라든지, 친일이라든지…. 내용보다는 부정적인 단어를 갖고 레벨을 붙이는 정치문화가 문제라고 봅니다.
기독교적 입장에서 바라볼 때 첫 번째로 가져야할 생각이 지금 정치문화와 정치언어가 너무 품격 없이 타락해 있고, 정치적 과정이 합리적 토론을 통해서 의견을 수렴해 가는 과정이 타락한 상태라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인지하지 않으면 그리스도인이 따라가 버리게 됩니다.

구 국장: 교회의 정치 참여는 어떤 관계로 가져가는 게 맞을까요?. ‘과거 일제치하에서는 보수권 교회가 목소리를 냈고, 군사정권하에서는 진보권 교회가 목소리를 냈다’고 정의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현 시국은 기독교의 대표성을 가지지 못하는 분의 주도로 광장정치에 나서고 있고, 극우적인 입장의 분들이 동조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 목사: 정치적 입장이라는 것은 정치적 방식으로 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기도회 방식으로 하고, 기도회와 정치적 입장을 표현하는 것을 연결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정치적 상황은 굉장히 미묘하기 때문에 상황을 잘 파악하고 섬세하게 다뤄야 합니다. 그런데 기도라는 것은 단순하게 부르짖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사안의 복잡한 것을 그대로 드러내기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정치적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정말 어리석은 방법입니다.
또 하나 큰 문제는 기도는 우리가 절대적인 하나님 앞에서 절대적인 문제를 갖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절대적인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을 상대적인 정치적 문제에 연결해서 기도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내가 가진 정치적 입장이 정말 하나님 뜻에 부합되도록 기도를 많이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거리에서 자기의 정치적 주장을 하면서 기도하는 것은 그것과 다른 내용입니다. 정치적 사안에 대해 어떻게 판단해야 좋을 지를 하나님께 묻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정한 주장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선언하는 형식입니다. 하나님께가 아니라, 사람들이 보라고 기도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정치적 입장을 표명할 수 있을까요? 우리 자매교단인 네덜란드 개혁교회 해방파가 한 예가 될 것입니다. 그들은 교회를 세우면서 기독교학교와 기독교정당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교회 이름으로 기독교학교와 기독교정당을 하지 않고, 교단에 속한 교인들이 개인이름으로 모여서 기독교학교와 기독교정당을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 이름으로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을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으신다고 봅니다. 대신 교인으로서, 그리스도인 시민으로서 정치적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봅니다.

구 국장: 교회 내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강단에서 정치성향의 설교와, 성도 상호간의 정치적인 대화에 있어서도 끊임없는 불협화음이 나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가 잘못 가는데 강단에서 침묵할 수 없고, 성도 상호간에도 현 시국을 바로 볼 수 있는 안목과 수준 있는 정치토론은 가능해야 하지 않을까요?

유 목사: 저도 목사니까 그런 고민을 항상 합니다.
우선 강단에서 설교할 때 어느 특정정당을, 혹은 정부에 대해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을 직접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목사님은 개인으로서 정치적 입장을 가질 수 있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당연한 자유입니다. 그렇지만, 강단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복음을 전하는 것이 할 일입니다. 특정 사안에 대해 다루는 것은 절대적 진리와는 다른 차원입니다.
그렇다면 구체적 문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아야 하느냐? 당연히 가르쳐야 합니다. 어떤 정당이나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그런 구체적인 말을 하는 것은 교회에서 가르칠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구체적 삶에 대해 일반적인 원리를 가르쳐야 합니다. 가난 사람과 나눠라, 불의한 자로 인해 약한 자들이 억압받지 않도록 해라. 성경에 있는 이 두 가지 원리를 가르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더 나아가서 인권의 문제가 있을 때는 분명하게 강단에서 말해야 합니다. 북한에 대해서도 인권이 유린되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정치적 사안이지만, 강단에서 언급해야 합니다. 이 때 목사로서 하나님의 절대적 진리를 선포하는 그 입이 절대적 진리에 어긋난 상대적인 것을 말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교회에서는 정치의식을 높이는 설교를 하고 가르쳐야 합니다. 다만 그 일을 할 때 주의해야 할 두 가지가 있습니다. 너무 구체적이 되어서 상대적으로 되는 그런 발언까지 나아가서는 안 되고, 다른 입장을 가진 성도들에게 상처를 주어서도 안 됩니다.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에게 상처를 줘선 안 된다는 것은 더 나아가서 내가 한 전도와 설교가 비기독교인이 들었을 때 ‘나는 저것 때문에 교회 안 나간다’는 식으로 전도에 방해가 되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기독교인끼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가장 이상적인 것은 성도들끼리 모여서 어느 정당의 정책이 좋은지, 또 최근을 예로 들면, 비례대표제, 대북제제문제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교회차원에서 하는 것은 힘들어도 고신에 속한 개인이 중심이 돼서 다양한 분들이 모여서 정책을 평가해보는 토론회를 할 수는 있습니다.

구 국장: 최근에 SNS가 활성화 되면서 폐해도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그 중에 하나가 가짜뉴스의 범람을 꼽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단 사이비들도 많은 양의 게시물을 쏟아내고 있고, 특정입장을 옹호하고 정치적 선동을 위한 목적의 무책임한 게시물도 많습니다. 기윤실 초창기 멤버에 한 분인 손봉호 교수에 대한 가짜뉴스도 상당히 많아 최근에는 기윤실에서도 입장 표명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않고 바른 정치관을 가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유 목사: SNS를 통한 정치적 발언이나 특별히 어떤 사람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안 보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저는 몇 개 봤는데…. 근거를 제시하는 데 실제 근거가 없는데 근거처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공인된 언론기관을 통해 뉴스 소스를 받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언론이 있지 않습니까? 조금 그런 수고를 했으면 합니다. 편하게 그냥 있다가 카톡으로 온 것 그런 것 읽고 ‘그런가보다’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좀 더 수고를 들여서 공인된 언론기관에서 나온 뉴스를 중심으로 상황을 파악해갔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지적으로 게으르지 말아야 합니다.

구 국장: 현 정부의 반기독교 정서와 비윤리적인 정서가 담긴 정책에 침묵할 수 없다고 봅니다. 이렇게 정부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것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 생각이 드는데, 뚜렷하고 책임 있는 방향성은 제시되어야 하겠지요.

유 목사: 공감합니다. 우리가 정치현장에 대한 관점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의 관점에서 자유주의적인 가치관이 정치현장에서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을 잘 관찰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사회 전체의 흐름이 한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어젠다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영역에서도 윤리적인 기준보다 한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낙태나 동성애 문제입니다.
특별히 젊은 사람들이 이런 변화를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통적 가치관을 허무는 정당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의 입장을 가져야 합니다.

구 국장: 마지막으로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국 역시 조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교회와 성도가 이 시대에 어떤 정치관으로 조금 더 좁게는 교회와 성도의 정치참여는 어디까지가 가능할지 개인적인 입장을 듣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 목사: 교회의 정치참여는 강단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로 대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성도의 정치참여는 정말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재능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정치인으로 출마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왜 그리스도인이 하는 것이 중요하냐? 일단은 우리 정치의 문제가 부패와 정치문화가 후진적인 것에 있기에 성도들이 정치적 입장이 어떠하든지 간에 정치에 출마하면서 정치문화를 바르게 하는 것이 현재 단계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자기가 정치적으로 동의하는 당에 당원으로 많이 입당하는 게 좋습니다. 똑같은 이유입니다. 정치문화가 너무 후진적이어서 나눠먹기식으로 하고 있는데 정당민주화가 우리나라 민주화의 기초입니다. 우리 성도들이 정당에 들어가서 정당의 의사결정이 바르게 되도록 해야 합니다.
선거 때 자원봉사 하는 것도 좋고, 공명선거를 위한 감시나 후보를 위한 자원봉사도 좋습니다. 후보자의 자원봉사로 들어가서 ‘나는 부정선거는 반대다’라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자원봉사를 하면, 상대당에 대해 존중해주면서 페어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예전에도 해왔지만 후보자 초청 토론회는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교회 차원에서 하기는 그렇고, 한 교회 교인들이 조직을 만들어서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성도들이 중심이 돼서 조직해서 전반적인 문제와 함께 정말 우리가 관심 있는 낙태와 동성애 등에 대한 입장을 질문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리 사진: 이호욱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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