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별대담>교회와 다음세대(청년세대) 주제. 20대 후반 본격 고민 시기…교회가 방탄막 제공 필요

▲ 시광교회 담임 이정규 목사 2019.12.19 (기독교보)
▲ 시광교회 담임 이정규 목사 2019.12.19 (기독교보)

일시: 2019년 12월 19일(목) 오후 2시
장소: 고신총회본부 고신언론사 회의실


대담: 이정규 목사(시광교회 담임)
구본철 편집국장(기독교보)

제69회기 고신총회가 ‘교회다운 교회 칭송받는 교회’라는 표제로 한 회기 동안 교회의 대사회적인 선한 영향력을 회복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본보는 총회가 지향하는 표제를 고신교회 차원에서 확산시켜 교회의 본질에 접근한다는 목적으로 신년기획시리즈를 시작함과 동시에 신년대담을 준비했습니다. 그 첫 번째 대담의 주제는 ‘교회와 다음 세대’주제로 청년사역에 모델이 되고 있는 이정규 목사(시광교회 담임)를 만났습니다.[편집자]

구본철 편집국장: 다음 세대(청년 세대)가 교회에서 주변인으로 생활하거나 소위 ‘가나안’ 성도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들의 눈에 비치는 한국교회는 어떻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정규 목사: 20대 후반이 되면 단순히 활동이나 문화적 욕구를 채우는 이상의 질문들이 생깁니다. 회사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런데 기독교 청년들이 그들을 만나서 대화할 때 기독교 세계관을 변호할 능력이 없습니다.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아는 지식도 상당히 부족합니다. 그런 중에 고통이 오고 기존의 교회에서 했던 많은 활동에 대해서 반감이 쉽게 올라옵니다.


어렸을 때부터 한 교회에 오래 다니면서 자란 사람들은 그 시기에 새로운 교회에 한 번 가고자 하는 욕구가 큽니다. 그렇다고 어느 교회에 바로 정착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 교회에 온 사람들을 보면 떠돌다가 온 사람들이 등록 신자의 45% 정도 되는데 우리 교회에 오기까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4, 5년 정도 걸렸습니다. 이런 세대가 양산되는데 이 시기는 ‘가나안’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기독교 안티성이 강한 언론사나 어른이 생각하는 만큼 비관적이지 않습니다. 물론 기존 교회에 대한 불만은 있습니다. 장년들도 있는 것입니다. 교회 내에서 어느 정도 해결하려고 하는 불만입니다. 그렇다고 희망적이지도 않습니다. 신뢰하고 소통할만한 어른이 부재하다고 하는 것에 대해 대부분 공감합니다. 이것은 고신 교회 전체가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 기독교보 구본철 편집국장(오른쪽)과 시광교회 담임 이정규 목사(왼쪽)이 대담을 하고 있다. 2019.12.16. (기독교보)
▲ 기독교보 구본철 편집국장(오른쪽)과 시광교회 담임 이정규 목사(왼쪽)이 대담을 하고 있다. 2019.12.16. (기독교보)


구 국장 : 3포세대니 다포세대라고 말하는 청년들이 요즈음 가장 힘든 시절을 지나고 있는 듯합니다. 이들과 가장 가깝게 사역하시기에 이들이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보는데요?


이 목사 : 그 세대가 직면한 고민을 하는 것입니다. 취직, 결혼, 교리 등의 문제입니다. 예정교리 같은 경우는 가르치는 사람의 엄청난 인내가 요구됩니다. 청년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길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과거의 세계관은 고통을 견디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대 세계관은 고통을 피하는 것으로 최적화돼 있습니다. 기도하면 피할 수 있고 하나님이 다 들어준다는 방식입니다. 지금 세대가 인내하면서 알아가려면 방탄막이 필요합니다.


과거 세대에게는 방탄막이 교회에서 제공됐습니다. 희망은 확실히 옛날 세대가 지금 세대보다 많이 갖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취직할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고 집을 살 수 있고 결혼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부분이 완전히 닫혔습니다. 오히려 이 방탄막이 복음의 기회입니다. 이 방탄막을 교회가 제공할 수 있습니다. 교회가 운명공동체로서 청년들에게 투자하면서 도울 수 있습니다.


구 국장: 교회 구성원 간 소통의 부재, 특히 기성세대와 다음 세대 간에 차가 많이 난다고 보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교회 공동체성을 어떻게 회복해갈 수 있을까요?


이 목사 : 이것은 프로그램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성화의 문제입니다. 청년 그리스도인이 자신보다 교회에 오래 다닌 사람이 성화 되거나 하나님을 더 사랑하는 것처럼 안 보인다는 것입니다. 50, 60대 목사들이나 장로들은 젊은 세대를 품어 주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그럴 능력이 없습니다. 어른들은 청년들에게 조언하고 싶은데 그들은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어른을 원합니다. 정서적으로 성화 되면서 대화를 이끌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합니다. 자신을 낮추고 섬기면서 친구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청년부 사역자들은 경험이 적은 경우가 많습니다. 젊어서 청년들과 잘 소통할 거라고 보는 데 실제로 소통을 잘하는 사람은 동년배가 아니라 겸손하게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의 말을 이야기해주는 사람입니다. 청년들이 어른들을 별로 안 좋아할 거라고 여기는데,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이해하고 자신이 말하도록 이끌어주는 어른들을 보면 엄청나게 좋아하고 열광합니다. 지금 젊은 세대들이 겪고 있는 절망에 대해 잘 몰라주고 관심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구 국장 : 교회로부터의 이탈, 저출산 등의 이유로 다음 세대가 감소함에 따라 한국교회가 전반적으로 위기감이 감돕니다. 이대로 가면 한국교회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이에 대한 대안이나 돌파구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이 목사 : 젊은 세대가 없다고 하는데 정확히 젊은 세대의 어느 쪽이 없는지 불분명합니다. 어느 나이 때인지가 중요합니다. 규모 있는 교회들은 청년들이 두세 개 부서로 나뉘어 있습니다. 대부분 교회가 중고등부에서 수를 어느 정도 유지하다가 20대가 되면 그 수가 줄어듭니다. 20대 초반보다 후반부터 훅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20대 후반부터 시작해서 40대 초반까지 세대가 가장 많이 교회를 떠납니다. 제일 중요한 게 이때부터 청년들의 고통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직장에 들어가기가 힘들고, 취직해도 힘들고, 취직하지 못하면 더 힘듭니다. 대학청년부 때 신앙생활을 열심히 한 친구들도 직장에서 매일 야근하면 예전처럼 신앙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마음먹고 교회를 떠난다기보다 삶이 힘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교회에 소홀해집니다.


또 이때가 신앙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고민하는 시기입니다. 20대 초반까지는 관성으로 교회를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회가 문화적 욕구, 활동의 욕구를 채워주면서 청년들을 붙들어 놓을 수 있습니다. 작은 교회는 이것을 못 해서 청년들이 많이 떠납니다.


구 국장 : 동성애, 페미니즘 등 최근 젊은 청년들의 사고가 기성세대와 많은 차이를 보이는듯합니다. 특히 청년들의 성 관념이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보는데요.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에게 교회가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요?


이 목사 : 이들에게 제일 먼저 할 수 있는 게 듣는 것입니다. 우리와 다른 거에 대해서 인내심을 갖고 듣고 이해하고 그것을 공부하고 대화하는 가운데 우리가 믿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은 곁가지에 불과합니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교회에서 복음을 설교해야 합니다. 많은 교회에서 복음을 전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복음 중심이 아닌 경우 많습니다. 설교자들은 성경 본문을 충실하게 반영해서 본문대로 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질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나는 그렇게 살 수 없는데 어쩌란 말입니까?’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이 제대로 살 수 없는 우리를 구원하시고 뜻대로 살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기 위함입니다. 교회가 페미니스트들의 분노에 대해서 긍정해줘야 합니다. 여성들이 교회에서 차별받고 살아왔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도 평생 차별받고 살아왔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예수가 진정한 답이라고 말해줄 뿐만 아니라 우리를 구해주셨기에 차별에 대해서 같은 폭력으로 저항하는 게 아니라 희생과 설득과 대화로 이야기하는 새로운 윤리가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바르게 살게 하고 올바로 살지 못하는 우리를 용서하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일하셨는지에 대해서 말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복음 중심적 설교와 사역입니다. 내가 아무 조건이나 자격 없이 사랑받을 수 있고 완전히 받아들여질 수 있고 그것을 위해서 그리스도께서 버림을 받았고, 우리가 이미 살아봤기 때문에 그분이 당한 희생을 기꺼이 즐거이 따라갈 수 있는 새로운 윤리를 만들어줍니다.


구 국장 : 여러 가지 이유로 결혼을 안 하거나 결혼해도 무자녀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기적인 젊은 세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며, 그들에게 교회는 어떻게 응답하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이 목사 :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결혼을 안 하는 풍조입니다. 또 하나는 결혼해도 아이를 안 낳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기독교는 독신의 삶을 정상적인 생활방식의 하나로 인정하는 유일한 종교입니다. 독신의 삶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교회에서 결혼을 안 해서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취급되는 문화는 없어져야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결혼을 안 하는 이유입니다. 소비 지향, 쾌락주의, 무엇보다 책임과 희생을 싫어하는 문화 풍조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실제 결혼하기 힘듭니다. 결혼의 진입 장벽이 너무 높습니다.


단순히 아기를 낳으라고 하는 것은 잔소리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지 않는 가정은 또래 청년들이 힘든 가운데서도 아기를 낳아 기르는 것을 보면 아이가 없는 것에 대한 상실감과 좌절감이 있습니다.


좋은 모델 가족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청년들이 가정을 방문해서 봐야 합니다. 청년들은 어른들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아이가 있는 행복한 집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합니다.


구 국장 : 보편적인 교회들이 젊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들을 말씀해주셨는데요, 청년들이 시급하고 간절히 원하는 게 뭐가 있을까요?


이 목사 : 본질은 작은 교회도 실천할 수 있습니다. 듣는 것입니다. 정말 관심을 가지면서 듣고 자기 말을 먼저 하지 않는 것입니다. 교회에서 복음을 잘 전하는 것입니다. 교회에서 복음을 듣고 싶어 합니다. 지금은 혼전 윤리의 개념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런 청년들에게 내가 하나님 앞에 받아들여졌는지, 소망이 있는지, 용서받을 수 있는지, 내가 돌이키면 하나님이 받으시는지,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지 확신을 주는 게 중요합니다.


혼전 성관계를 가지면 안 된다는 메시지뿐만 아니라 성적으로 타락했지만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도울 수 있어. 너를 사랑해. 그러니까 용기를 내자. 네가 결혼이라는 제도 안으로 들어와서 성을 누리고, 성은 아름답고 복 된 거야. 그러니까 그러한 기쁨을 누리도록 도와줄게.’ 이 메시지를 훨씬 더 듣고 싶어 합니다. 복음 중심의 사역이 청년들을 위한 교육, 집 문제를 해결하는 여러 가지보다 낫습니다.


구 국장 : 가정과 교회에서 자녀 신앙교육과 신앙 계승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가정과 교회가 현시점에서 다음 세대에게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게 무엇이고 교회가 다음 세대를 어떻게 책임지고 이끌어야 할까요?


이 목사 : 사람들은 청소년, 청년들에게 젊은 사역자가 맞을 거라고 여깁니다. 그러나 정작 신학교 학생들과 젊은 목회자들의 고민이 있습니다. 젊어서 청년부를 맡았는데 청년들을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젊은 사역자들이 아이들의 눈높이는 맞추는데 복음을 전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젊은 사역자가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교육, 신앙교육과 관련해서는 라이프 타임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중고등부 때는 정서적인 사랑과 돌봄이 더 중요합니다. 청년들은 변증적인 목회가 필요합니다. 그 가운데 일률적으로 문화에 대한 저항과 동의, 상황화가 동시에 요구됩니다. 문화는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사역자가 윤리만 전하면 답이 없습니다. 복음이 스며들어야 그 능력 때문에 다음 세대가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구 국장 : 오늘 다양한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자리를 함께하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사역의 좋은 열매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견고하게 서가기를 응원합니다. ■ 정리 사진: 이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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