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제도 밖 성·출산, 사회적 질서와 가정 근간 흔들어

▲ 엄마와 아기 (사진은 특정기사와는 관계 없음)
▲ 엄마와 아기 (사진은 특정기사와는 관계 없음)

최근 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41)가 배우자 없이 일본 정자은행을 통해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하고 출산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비(미)혼 여성의 정자은행을 통한 임신과 출산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자은행과 ‘결혼 없는 출산’ ‘비혼 출산’의 여론이 뜨겁다.


정자은행은 정자를 영하 200도에 가까운 액체질소로 동결 보관해두었다가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기관이다. 2020년 현재 국내 정자은행은 5곳 정도인데 아주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 유일하게 공공 정자은행이 없는 나라이며, 이에 대한 관련 규정이 제대로 없다. 생명윤리법(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난자 기증에 대해서만 명시돼있다. 국내 정자 기증자 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정자기증의 이점이 없고,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비혼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을 수 있을까? 불가능할까? 왜 사유리가 국내에서 정자를 기증받지 못해서 본국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하고 출산했을까?


정자를 기증받으려면 남편의 동의가 필수라 비혼 여성에게 남편이 없기에 비혼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는 게 불법이라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현행법상 배아나 유전자 등을 다룰 때 생명윤리와 안전의 규정은 ‘생명윤리법’에 담겨 있다. 이 법의 제24조(배아의 생성 등에 관한 동의) 1항은 ‘배아생성의료기관은 배아를 생성하기 위하여 난자 또는 정자를 채취할 때에 난자 기증자, 정자 기증자, 체외수정 시술 대상자 및 해당 기증자·시술 대상자의 배우자가 있는 경우 그 배우자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명시돼있다.


현행법상 배우자가 없는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 체외수정 시술할 때 이를 불법이라고 규정하지 않고 있다. 생명윤리법에는 ‘배우자가 있는 경우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돼 있고 배우자가 없는 경우에는 언급이 없기에 비혼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는 데 법적인 걸림돌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비혼 여성이 기증자를 구하는 게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조생식술(인공수정·체외수정 등)은 부부만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사유리는 비혼이기에 시술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시술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보조생식술 시술을 규정한 법률은 모자보건법 2조(정의) 11항과 11조(난임 극복 지원사업)이다. 2조 11항에 따르면 ‘난임(難姙)’은 부부가 피임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부부간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년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아니하는 상태를 말하고 있다. 11조에 따르면 정부가 난임 치료를 위한 시술비를 지원할 수 있게 돼 있다. 여기에 비혼 여성은 해당하지 않는다. 비혼 여성이 비급여 형식으로 시술받으므로 수백만 원의 시술비를 부담하고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 시술을 받을 수 있다. 금지조항이나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비혼 여성이 정자기증을 통한 시험관 시술을 받기 어려운 게 법 때문이 아니라 대한산부인학회 지침과 관행과 비혼모에 대한 편견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술 윤리지침(2017. 7. 1 버전 8.0) Ⅳ 정자 공여 시술 1. 정자 수증자의 조건 및 기준 가항에 따르면 ‘정자 공여 시술은 원칙적으로 법률적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시행한다.’라고 명시돼있다.


이 지침은 산부인과 의사들의 학술단체가 만든 지침이라 법적 효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자들의 의료윤리다. 하지만 산부인과에서는 부부나 사실혼 부부만 시술하고 비혼 여성 시술은 불법이라 여겨지고 있다. 비혼 여성은 인공수정 등의 보조생식술을 못 받는 것으로 통용되는 것이다.


비혼 여성이 정자 기증자를 구하고 그의 동의서를 받아도 의료기관에서 시술받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비혼 여성의 정자기증을 통한 임신과 출산이 생명윤리법에 명확한 근거가 없으나 학회의 윤리지침이 있어 의료 현장에서는 분명하게 불법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한국공공정자은행 박남철 이사장(부산대병원 교수, 비뇨기과)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에게만 인공수정을 허가하고 있다. 시술에 앞서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라며 “급격히 서구화되고 있는 젊은 층의 사고에 부응하고 또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비혼 여성들이 스스로 선택해 출산의 기회를 가지고자 하는 데 법적으로 또는 의학적으로 도움을 줘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사유리 비혼 출산에서 비혼자 지원에 대한 차별, 정자나 난자 기증 문제, 비혼 여성뿐 아니라 비혼 남성 출산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생명윤리법과 학회 지침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이에 대한 논의와 함께 관련 규정의 정리가 필요하다.


사유리를 통해 사회적으로 뜨겁게 관심을 받는 비혼 출산,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비혼 여성의 보조생식술(인공수정·체외수정)을 수면 위에서 논의하고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인가? 이와 함께 비혼 남성에게 대리모 허용 문제가 나올 수 있어 여성 비혼 출산이 쉽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함께 레즈비언 부부에게 입양과 마찬가지로 아기를 낳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비혼모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편견이 강하다. 비혼모가 되면 이유를 불문하고 고스란히 따가운 시선이 비혼모에게 쏟아진다. 이때 비혼인 여성의 임신에 원인을 제공한 남성은 묻혀버린다. 비혼모에 대한 편견과 열악한 양육 환경으로 인해 입양을 보내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사유리가 자발적 비혼모가 됨으로써 정자은행과 정자은행을 통한 비혼모에 대해 설왕설래하다.


낙태죄 폐지가 강하게 제기됨으로써 낙태가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우리나라가 초저출산 시대를 맞는 현실에서 비혼 출산으로 한 생명이라도 더 태어나는 게 환영해야만 할 일인가? 낙태죄를 유지함으로써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하는 것과 같이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하는 비혼 출산을 생명존중 차원에서 활성화해야 할 것인가?


불가항력 등의 이유로 비혼모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비혼 출산 등은 혼인과 관계없는 출산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해 자녀를 낳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자연적인 임신이 어려울 때 인공수정 등으로 자녀를 출산하고, 그것조차 안 될 때 입양으로써 가정을 꾸리게 된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자녀를 낳아 가정을 이루고 하나님의 말씀을 계승하기 위해 대를 이어가는 게 하나님이 주신 결혼과 가정의 제도이다.


결혼 제도 밖의 성과 출산은 사회적 질서와 가정의 근간 흔들 수밖에 없다. 비혼모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지만, 자발적인 비혼 출산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비혼모는 부부가 결혼해 어느 한쪽이 먼저 사별함으로써 배우자(남자, 여자)가 없는 경우와 달리 아이를 출산할 때 법적인 아버지가 없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자발적인 비혼 출산이 하나님이 인간에게 가정을 이루기 위한 제도인 결혼을 벗어나 단순하게 아기를 낳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고 있다. 비혼 임신과 출산에서도 낙태(임신중절수술)와 마찬가지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스며 나오고 있다. 여성의 출산은 결혼과 가정,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자기 결정권’을 넘어서야 할 것이다. 비혼 출산은 ‘비혼모에 대한 사회 편견’ 문제를 훨씬 넘어서서 생각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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