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자 무죄 판결에 기독교계의 엇갈린 반응

▲ 이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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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입영을 기피하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11월 1일 결론을 내림에 따라 논란이 되고 있다.


재판부는 ‘집총 거부’라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대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며, 종교적 신념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처벌은 양심의 자유를 제하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2018년 6월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개인의 양심적 신념을 중대한 가치로 판단하고 병역거부 처벌조항을 헌법불합치로 판결 한 바 있다. 대법원의 이 같은 결론에 대해 기독교계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대표회장 이동석 목사)은 11월 1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우려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대법원이 오늘 종교 등 자신의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도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함으로써 병역거부자에 대해 처벌해온 판례를 14년 만에 스스로 뒤집었다.”며 “이는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안보 현실을 무시한 판결로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해석이 낳을 우리 사회의 혼란에 대해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기연은 “헌재에 이어 대법원까지 병역거부자들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앞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는 심각한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나도 종교 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다’라고 자칭하는 자들이 줄을 서고, 이들을 위한 대체복무는 애국심을 양심으로 둔갑시킨 자들의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 뻔하다.”고 비판하면서 “이로 인한 국가적 안보 위기와 사회 혼란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남북 관계가 호전되고 교류 협력이 강화되면 대한민국 군대가 필요 없어지는가?”라고 제기했다.


이동석 한기연 대표회장은 “내가 양심상 또는 종교적 신념이 있어 군대 안가겠다는데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강제하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를 강제하고 형사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며, 소수자 관용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 된다’고 밝힌 것은 더욱 심각하다.”며 “앞으로 우리 사회는 성소수자,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 소수 인권이 다수 인권을 함부로 침해하고 공공의 안녕과 이익이 소수에 의해 침해 또는 위협받는 역 인권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뿐 아니라 국가 안보의 ‘싱크홀’ 사태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한기연은 이것은 병역 문제 뿐 아니라 납세 등 다른 국민의 의무까지 확대돼 인권과 양심이라는 이름의 ‘국민 불복종운동’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지 심히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엄기호 목사)는 11월 2일 ‘양심적 병역거부를 강력히 반대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종교적 병역기피자에 대해서 대법원이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병역거부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사건은 법의 잣대가 소위 ‘마음대로’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심각한 판결이다. 또한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에게나 부과된 국방의 의무를, 개인적인 이유로 거부할 수 있도록 하여 법원 스스로 법질서를 무너뜨린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고 비판하면서 “전쟁을 위해 군대가 존재하지만 오히려 강력한 군사력으로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면 집총과 군사훈련을 이유로 병역을 기피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신념일 뿐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NCCK) 인권센터(소장 박승렬 목사)는 11월 1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환영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은 더 이상 전쟁을 위한 무기를 들지 않겠다고 결심한 젊은이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특별히 남북 군사 적대행위가 전면 중지된 11월 1일, 판결된 이 결정은 우리 사회의 평화 정착과 화해의 길에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며 “이제 한국 정부는 오늘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인권과 평화의 새 시대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협은 “이 판결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양심적 신념을 존중하고,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보장하는 옳은 결정이다. 또한 한국사회의 평화 정착과 민주주의 그리고 인권 증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이제 남은 과제는 실질적인 대체복무제를 실현하는 것이다.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는 징벌적 성격이 아닌 개인의 양심을 존중하며 현역 복무와 형평성에 맞는 복무를 부과해야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자유는 헌재와 대법원의 결정이 바르게 이행되는 과정을 통해 그리고 대체복무가 실질적으로 현실화되어감에 따라 마침내 성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회협은 또 “자신의 양심적 종교적 신념을 보장받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며 긴 세월을 걸어온 병역거부자들을 위로하며, 현재 감옥에 수감 중인 이들에 대해 법무부가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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