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호 교수(고신대학교)

필자는 약 10년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미국장로교(Presbyterian Church in America) 소속 한인이민교회를 담임목회한 경험이 있다. 부임 당시 마침 교회가 미국노회(미국교회와 미국목사들로 구성된 노회, Anglo 노회라고도 칭함)에 가입되었기 때문에, 미국목사들과 미국노회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한국교회의 노회활동과의 차이점을 중심으로 몇 가지 소개해본다.


미국장로교는 건강한 개혁주의 신학 위에 세워진 보수교단으로서 우리교단과는 관계가 깊은 자매교단이다. 2016년 현재 교세는 4,630(606명 한인목사) 명의 목사, 1,861 교회(212개 한인교회), 82(9개 한인노회) 노회, 43만여 명의 신자를 보유한 교단이다. 미국에서는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는 장로교단이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카버난트신학교가 교단 신학교이다. 우리교단과의 관계는 고신대에서 오랫동안 섬긴 양길수 선교사가 있고, 대전의 교단 선교센터(KPM)은 미국장로교단이 한국선교본부로 사용하던 건물이었다. 미국장로교 한국선교본부가 미국으로 철수되면서 그 건물이 우리교단으로 양도된 것이다.


필자가 목회했던 교회가 속한 남텍사스노회(South Texas Presbytery)는 연중 4번 노회를 개최하였다. 헌법에는 연중 적어도 두 번의 노회를 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헌법 13-12) 있는데, 이 노회는 연중 네 번 개최한다. 노회는 보통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치러진다. 재미있는 것은, 노회 참석자들이 가족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금요일 오후 5시쯤 모이면 먼저 노회원들은 가족과 함께 바비큐파티를 갖는다. 부인들, 자녀들, 목사와 장로들은 노회 공동체 가족으로서 즐거운 교제의 시간을 갖는다. 미국사람들은 호칭으로 이름을 부르기 때문에 교회직분자라기 보다 실제로 형제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편한 복장차림의 파티가 끝나면, 참석자 전원은 7시 개회예배에 참석한다. 대개 개회예배 설교는 장소를 제공하는 교회 담임목사가 주일예배의 순서를 그대로 재연하며, 교회성가대와 교인들도 동원된다. 8시 경에 성찬을 겸한 예배가 마치면, 부인들과 아이들은 모두 호텔로 돌아가고, 목사장로들만 남아서 밤 12시까지(때로는 새벽1시까지) 노회를 진행한다. 다음날인 토요일 아침 9시에 속회하고 정오까지는 노회가 끝난다.


노회 기간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분야가 목사고시이다. 필기시험을 마친 목사후보생들과 편입하는 목사들은, 전 노회원 앞에서 플로어 시험을 치러야한다. 신학(신약, 구약, 조직), 성경, 성례, 교회정치, 신앙고백은 필수과목이며, 그 외에도 언제 예수를 믿었는가? 왜 목사가 되려고 했는가? 매일 성경은 얼마나 보는가? 가정에서 자녀신앙교육은 어떻게 시키는가? 등의 질문이 계속되는 데, 필자도 이 시험을 거치면서 진땀을 뺀 기억이 있다. 노회원들은 매우 진지하고 적극적이며 구체적인 질문을 한다. 12시까지 목사구술 시험이 계속된 적도 있었다. 또한 미국장로교 교단은 목사후보생 뿐 아니라, 같은 교단 목사라 할지라도 교단 내 타 노회로 이동하게 되면, 총회헌법 규정(헌법 13-6)에 따라 반드시 목사고시를 다시 치러야 한다. 목사가 노회에 가입하여 일정기간 목회하는 동안 신학과 신앙이 변질될 수도 있고, 나태하여 신학 지식이 퇴보될 수가 있기 때문에, 목사를 새롭게 영입하는 노회는 반드시 신입목사의 신학적 지식과 신앙고백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사의 신앙과 신학 지식을 점검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노회 밖에 없다는 것이 그들의 답변이었다.


웨스트민스터신학교의 실천신학교수인 에드문트 클라우니목사(E. Clowney), 2002, 남텍사스노회에 편입하면서, 손자뻘 되는 젊은 목사들에게 모든 과목을 성실하게 검증받는 것을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각 소위원회에서 다룬 의제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면으로 보고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또 다른 놀라운 점은, 교회들이 노회의 결정에 철저하게 순종한다는 점이다. 필자의 교회에서 노회가 열렸을 때의 일이다. 노회 소속 한 목사가 당회 장로들에게 고발당했다. 이유는 담임목사의 성령론에 문제가 있으니 노회가 확인해달라는 것이었다. 전권위원회는 곧바로 담임목사의 설교 테이프를 분석하고, 담임목사를 불러 확인해본 결과, 담임목사는 교인들이 너무나 냉랭하고 신앙적 열정이 없어 성령의 역할을 강조하여 교회를 뜨겁게 하고 싶어서 오순절신학적 성령론을 참조했다고 고백하였다. 전권위원회는 성급한 교회성장의 유혹에 현혹되지 말고, 인내하면서 본교단의 개혁신학과 신앙고백에 충실히 임해 줄 것을 권면하였고, 담임목사는 개선할 것을 약속했다.


전권위원회는 이와 같은 위원회의 결정을 노회 앞에 공표하고, 노회가 향후 6개월간 담임목사의 설교를 모니터하는 것을 전제로, 당회원들은 담임목사를 도와 교회성장에 힘쓰라고 권고하였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참석한 장로들이 모두 앞으로 나와 담임목사를 끌어안고 포옹하면서, 자신들의 부족함을 회개한다면서 이제부터 담임목사님을 힘껏 도와 목회에 협력하겠다고 하면서 노회의 중재에 감사를 표했다. 일 년 후에 그 목사를 만나 물어보니, 그 사건 이후 교회가 활력이 생겼고 더욱 따뜻해졌다고 말을 전해주었다. 훈훈하고 아름다운 노회의 중재와, 이에 순종하는 목사와 장로가 있는 거룩한 노회라고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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